꿈꾸는자의 생각의 파편들... :: [펌] 프로젝트 중간에 투입된 기획자의 역할.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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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업계를 떠돌다보면 많은 경우 개발이 진행되는 도중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중간 투입의 경우 크게 두 가지의 경우가 볼 수 있다고 하겠다.

 

1. 프로젝트의 기초 틀이 잡힌 상태에서 본격적인 리소스 작업을 위한 인력이 부족해서 투입되는 경우.

2.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도중에 여러가지 요인으로 기존 기획자가 나가서 기획 인력이 없는 상태에서 새롭게 투입되는 경우.

 

사실 1번의 경우는 별로 할 말이 없다.

기반이 닦인 상태라면 팀장급 기획자 및 게임 디렉터의 역할을 맡은 사람이 엄연히 잘 이끌어 줄 것이니 그에 맞추어서 따라가면 될 것이다.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인 상태의 기획자의 경우 2번의 경우에 많이 투입이 된다고 생각하기에 2번에 대한 나의 경험을 얘기해보고자 한다.

 

나의 경우 2000년 이후부터  현재 몸 담고 있는 D사에 입사하기 전까지는 거의 모든 프로젝트에 중간 투입이 되었다.(대다수의 경우 급여가 밀린 상태에서 밀린 카드값을 결제하기 위해 급하게 회사를 옮긴 경우가 많은 것이 하나의 요인일 것이다.)

 

모든 경우를 얘기하자면 너무 길어질 것 같으니 내가 겪은 프로젝트 별로 나눠서 글을 올리려고 한다.

 

오늘의 경험담

 

MMORPG 개발 경험이 없는 기획팀장이 있던 회사에 투입이 되었던 상황.

 

2001년 여름에 나는 광장동에 있는 M사의 G프로젝트에 투입이 되었다.

 

당시 기획팀의 구성은

 

1인의 메인 기획팀장이 있었으며 나와 같은 날에 신입 기획자가 한 명이 입사를 하여 총 3명으로 구성이 되었다.

내가 입사하기 전에 1인의 기획자가 있었으나 기획팀장과 의사 충돌로 인하여 퇴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당시 입사한 후에 내가 파악한 기획의 상태와 문제점은 아래와 같다.

 

개발이 진행된 상황

1. 깔끔하고 귀여운 풍의 그래픽 리소스는 풍족한 상태.

  - 3개 종족중 2개 종족의 그래픽 리소스 작업 완료.

  - 기본적인 인터페이스 구조의 완성

2. 외부적인 모양에 대한 설정 완료

  - 그래픽 작업을 위한 설정 문서는 많이 작업되어 있는 상태.

  - 아이템에 대한 간단한 개요 정도의 설정은 있는 상태.

3. 개발 상황.

  - 서버 연동되어 캐릭터의 이동만 구현된 상태.(라지만 거의 진행 안 된 상태.)

 

내가 파악했던 당시 기획의 문제점

(개발 및 그래픽 보다는 기획에 대한 문제점만 열거하겠다.)

1. 외부적인 설정은 있었지만 기본적인 게임의 구조가 안 잡힌 상태.

  - 게임의 시스템에 대한 구조가 전혀 잡혀있지 않아서 개발 파트 역시 무엇을 개발해야 할 지 몰랐던 상태.

2. 아이템 등에 대한 개요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게임에서 어떻게 사용이 되는지에 대해서 전혀 잡혀있지 않았다.

3. 게임의 구조가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잡힌 문제점 많은 인터페이스.

 

그 외에 열거하자면 수 없이 많지만 간단하게 정리했다.

한 마디로 보이는 것에 대한 개요만 있고 어떤 게임이 될 것인지에 대한 설정이 전혀 없었다.

라고 할 수 있는 상태였다.

 

내가 중점적으로 보완하려 했던 사항.

 

1. 게임의 뿌리를 잡자.

기본적으로 유저가 3가지 종족을 골라서 자유롭게 성장을 한다는 컨셉은 잡혀있던 상태였다.

자 그럼 이 컨셉을 가지고 어떻게 성장을 시킬 것인간에 대한 구체적인 시스템을 잡기 위해서 각종 페러미터에 대한 개요을 잡았다.

각 페러미터간의 상성에 대한 개요를 잡고 캐릭터의 성장에 대한 클래스 시스템의 도입.

각 클래스와 페러미터의 연계

유저의 행동이 페러미터에 끼치는 영향 등을 정리하였다.

그 외에 아이템의 페러미터와 그 페러미터가 끼치는 영향등에 대한 개요를 잡았다.

 

위의 작업은 개발자가 어느정도의 테이블을 준비해야 하며 서로 연계되는 데이터의 묶음과 패킷의 전달 방식을 정리하는 데에 도움이 되며 또한 각 페러미터의 실질적인 데이터를 구성하는 데에 있어서도 기준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

 

2. 시스템의 특징을 추가하자.

위에서 열거했던 시스템은 유저의 기본적인 성장 방식 및 전투 등의 가장 기초적인 부분을 이루는 구성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시스템을 잡은 후에 해당 시스템과 연계하여 게임의 특징이 되는 시스템을 추가하는데 주력하였다. (당시에는 기본적으로 이동 과 전투만 있을 뿐 전혀 특징이 없는 기획이었다.)

 

그리하여 게임에서 주력으로 내세울만한 시스템을 내세우기 시작했으며 그 때 주력으로 삼았던 것은 국가 시스템이었다.

그 국가 시스템에 대해서 개발팀에게  "유저 한 명 한 명이 유닛이 되는 전략 시뮬레이션"이라고 설명했었다.

그 시스템을 덧붙이기 위하여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 및 턴제 전략 시뮬레이션들의 개념을 많이 변형및 개량하여 MMORPG에 맞는 시스템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유저 한 명 한 명에게 목표를 부여하고 자칫하면 지루해지거나 너무 복잡해질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경계를 해가며 중점을 잡기 위해 노력을 했다.

또 하나의 기획자와 함께 수없이 상상과 대화를 통한 가상 플레이를 진행하였다.

 

독특한 길드전을 구성하기 위해서 미식 축구의 시스템을 빌려오기도 하는 작업등을 하며 컨셉을 유지할 수 있는 독특한 시스템의 구성에 주력하였다.

 

또한 3가지 종족이 있다는 컨셉을 이어가며 특징을 잡을 수 있는 방향을 생각했다.

 

엘프와 불의 민족. 바람의 민족

각 종족간의 상성과 특징.

그리고 그들만의 문화.그 문화에 따른 클래스의 성장 및 종족 스킬등.

그에 대한 개요를 잡는데 주력했다.

 

3. 세부적인 데이터의 작성

개요를 잡은 후에는 세부적으로 유저에게 보여질 데이터를 잡는 데 주력하였다.

예를 들어 아이템의 경우 내가 아이템 페러미터의 개요와 연동 방식을 정리해서 전달하고 벨런싱에 대한 개요를 잡아주었고 당시 신입 기획자가 엑셀 데이터를 채워넣는 역할을 하였다.

 

나는 스킬 조합 시스템을 구성하였고 너무나 독특한 시스템이기에 신입 기획자가 처리할 수 없어서 실질적인 페러미터 데이터도 내가 구성하였다.

또한 스킬에 따른 그래픽 이펙트를 구상하고 구현 문서를 작업하여 이펙트 담당 그래픽 디자이너와 하루 종일 앉아서 그래픽 작업에 대해서 얘기하고 데이터를 제작하였다.

 

4. 인터페이스의 재작업

당시 2001년 9월호 온라인 게임 관련 잡지들에 구라 스샷을 작업하여 보낸 기억이 있다.

이 때 작업하면서 너무 안타까웠던 것은 인터페이스의 구성이 너무 시대의 흐름에 역행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2001년 이전에 나온 국산  MMORPG 게임은 대다수가 큼직큼직한 인터페이스를 사용하여 팝업 창들이 게임 화면을 많이 가리는 것이 많았다.

나는 당시 아나키 온라인을 플레이하고 새로 개발 준비되는 게임들을 벤치마킹 하고 있었는데

당시의 흐름은 윈도우 인터페이스 처럼 작고 간편하고 팝업에 장식이 많지 않고 깔끔한 인터페이스로 가는 단계였다.

지금 서비스중인 라그나로크나 마비노기 등의 게임을 보면 이해가 될 것이다.

당시는 그런 흐름으로 가는 과도기였기에 나는 작고 깔끔하고 간편한 인터페이스를 지향하고 그런 방향으로의 변화를 요구했다.

또한 기존의 인터페이스는 기획의 뿌리가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된 것이 많아서 게임의 특징을 표현하는 데에 너무 부족한 문제도 있었다.

위에서 열거했듯이 기획에 대한 개요를 작업했고, 개요가 작업된 후에는 인터페이스에서 표현할 것이 명확하게 잡혀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인터페이스를 잡기에 더 수월했다고 할 수 있다.

 

당시 인터페이스를 작업하는데 있어서 나는 기획 문서에서 간단한 레이아웃을 잡고 그에 대한 설명과 필요 그래픽 리소스를 정리하여 전달하였었다.

허나 그래픽 디자이너 역시 인터페이스 작업에 대한 경험이 없는 상태여서 문제가 많았고 결국엔 내가 그래픽 디자이너 옆에 앉아서 레이아웃을 픽셀단위로 직접 잡아주고 심지어 텍스쳐까지 골라주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개발 기간이 딜레이 된다는 점(인터페이스를 재작업하면 그래픽 뿐만 아니라 프로그래머도 재작업을 해야하므로)에 대해서 실장급 멤버에게 엄청난 욕을 먹었다.

실제로 눈 앞에서

"배준호씨 게임 만들 생각이 있는거에요? 없는거에요"

라는 말까지 들었으니까..

허나 난 인터페이스는 유저와 게임이 인터랙션을 이루는 핵심이라 생각했고 절대 양보할 수 없었다.

그 회사에서 내가 끝까지 고집을 부린 유일한 작업이라고 생각된다.

 

 

반성되는 부분.

 

1. 열정이 사라진 기획팀장을 신뢰하지 못함.

당시 여러가지 문제로 인해서 개발실은 매우 불안정한 상태였다.

다 밝히긴 어렵지만 정치가들이 설치기 시작하면서 개발 실장이 갈리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 몇달 전부터 많은 문제가 쌓여오면서 기획 팀장은 매우 지쳐있었고 열정까지 사라져 있었다.

실제로 기획 팀장은 개발상에 필요한 일을 하지 않았고 할 수 있는 상태도 아니었다.

그는 개발 이외의 외부 업체및 간부들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하며 기획자 둘이 작업한 것을 취합하는 역할을 하였다.

허나 그는 이미 지칠대로 지친 상태였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나는 그를 신뢰하지 못 했고 그 점은 그가 작업한 결과물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그 부분들이 내가 강력하게 시스템을 주도했던 원인이 되기도 했지만 한 팀으로서 공동 작업을 해야 했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운 점이 많다.

하지만 신입 기획자와의 호흡은 좋았다.

 

2. 너무나 촉박했던 일정.

촉박한 일정에 대해서 경영진을 설득하는 것을 포기하였다.

그 일정에 맞추기 위해서 퇴근을 포기하고 회사에서 먹고자는 것을 생활화하였다.

그런 과정에서 일정과 퀄리티의 조율을 했어야 했는데.

그 당시 나는 다른 퀄리티를 모두 양보했지만 인터페이스에 대한 퀄리티를 양보하지 않았었고 그 부분은 일정 초과의 원인이 되었다.

그 부분을 포기했다면 일정을 맞추기는 맞추었을 것이다.

문제는 초반에 개발 과정의 문제점을 먼저 파악했으면서 그것을 설득하지 못한 나의 잘못이라고 생각된다.

 

3. 아쉬운 퇴사.

그렇게 작업한 것도 오래가지 못 했고 결국 급여가 체불되면서 나는 퇴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퇴사하는 날에 인터페이스에 대한 작업을 완료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인수인계를 하는 부분에 있어서 적어도 내가 남긴것은 누구나 보기 쉽게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당시 내 상황이 그렇게 어렵지만 않았어도 급여 체불을 견디면서 작업을 할 수 있었을텐데, 그걸 할 수 없던 나의 상황이 너무나 아쉬웠다.

조금만 버티었다면 좋은 결과를 날 수 있을것이라 생각했지만 개발실장과 기획팀장의 퇴사. 그리고 나도 퇴사를 하면서 신입 기획자 혼자 남게 되었다.

그도 엄청난 열정으로 열심히 잡아가려했지만 신입으로서는 너무 벅찬 역할이었고 프로젝트는 점점 산으로 가고 결국엔 문을 닫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외의 이야기.

위의 경험들을 토대로 나름대로 내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1. 기존의 작업물을 무시하기 보다는 다시 한 번 살펴보고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하자.

내가 기획팀장을 신뢰하지 않은 것은 장단점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그의 생각을 내가 정확히 이해를 했다면 시스템을 잡는 과정에서도 좀 더 시간이 단축될 수 있었다는 아쉬운 마음이 있다.

 

많은 기획자들이 입사하는 경우 기존 작업을 제대로 이해하려하기보다는 비판먼저 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그 작업물이 안 좋은 경우도 있지만 자신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서 이전 작업을 비판하는 경우도 많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작업물을 비판하기 전에 먼저 그가 어떤 생각으로 왜 그런 결과물을 만들었는지 심도있게 검토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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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기획팀장이 존재하는 회사에 입사하여 팀장을 보좌(하기보다는 약간은 무시하며)하며 작업했던 경험을 넣었다.

 

작업된 것이 많은 상태라서 급한 리소스 제작에 쫓기지는 않았던 상황이다.

다음에는

팀은 세팅되고 개발은 전혀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존 기획을 이어받은 경험을 얘기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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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꿈꾸는자의 생각의파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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