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남자
우연히 찾은 극장에서
예전의 그녀와
옆모습이 많이 닮은 사람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짧은 머리카락과 낯선 향수 냄새
그리고 그녀 옆에 있는 다른 남자..
자꾸만 돌아가는 시선을 애써 스크린에 고정시키며
한숨을 몇 번이나 내쉬었습니다.
아니겠지.. 아니겠지..
하지만 영화가 다 끝나고
긴 겨울밤이 다 지나고
이렇게 아침이 다 밝도록
난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정말 그녀였을까요?
아니었겠죠?
이렇게 아쉬울 줄 알았다면,
제대로 쳐다보기라도 할 것을..
한 번만 용기를 낼 것을..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마음은 더 간절해집니다.
다른 욕심은 없습니다.
그냥, 한 번만 보고 싶습니다.
만날 수 있다면
어색한 악수도, 괜한 날씨 이야기도,
지루한 안부 인사도 건네지 않을 겁니다.
오늘 본 그 여자처럼
이젠 다른 남자의 곁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을 그녀이기에,
그저 한 번만.. 보고 싶을 뿐입니다.
그 여자
극장 안 아주 가까운 자리에
그 사람이 앉아 있었습니다.
나를 알아본 듯 알아보지 못한 듯
그 사람은 조금 놀라는가 싶더니
이내 영화에 빠져 들었습니다.
아닐 수도 있겠죠.
그 사람도 나처럼
영화를 보고 있던 건
두 눈뿐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 사람도 나처럼
마음은 우리가 헤어진 그 날로
우리가 사랑하던 그 날로
계속 달려가고 있었는지도..
그 때 내가, 이름을 불렀다면
그 사람도 나를 돌아봤겠죠?
그럼 우린 짧게나마
서로를 보며 웃을 수 있었을 테고..
한때 이런 우연한 재회를
소원처럼 바라던 시간도 있었어요.
하지만 오늘 난
그 사람을 부르지 않았습니다.
그건 내 옆에 있는 사람 때문도 아니었고,
어색한 분위기를 염려한 때문도 아니었습니다.
그건 그저 오래된 노래 가사처럼
그 사람은 나를 알아도
나는 이제, 그 사람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미 우리의 사랑은
지나가 버렸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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