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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디자인론

게임 디자인론


CHAPTER 1. 사람은 왜 게임에 열중하는 것일까?

- 1. 게임의 본질은 놀이

사람들은 왜 게임이 재미있는지조차 모르면서
게임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논한다.
-히라바야시 히사가즈-

'멀티미디어 선도자는 게임밖에 없다'.
이는 내가 싫어하는 견해지만
그 일면에는 진리를 궤뚫고 있다.
-아카오 고우이치-

저널리스트 - 어째서 자네들은 '사람은 왜 게임에 열중하는 것일까?'에 대해서 열심히 말하지 않는 것인가? 재미있고 중요한 테마인데.

게임 디자이너 - 그런 것은 말하지 않는 것이 에티켓이다. 그런데 그 쾌감은 섹스나 배설과 비슷하지 않을까?

 

최근 들어 게임에 관한 논의가 활발합니다만 분명히 빠져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것은 '사람은 왜 게임에 열중하는 것일까?'라는 근본적인 테마입니다.

가을이 깊어질 때쯤이면 다음 해의 게임 시장에 대한 예측을 많이 합니다. 대부분 치밀한 조사 테이터에 의해 예측을 하는데 이들 대부분이 강한 설득력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중요한 부분, 그러니까 '사람은 왜 게임에 열중하는 것일까?', 즉 유저의 심리에 대한 통찰이 빠져있기 때문입니다.

이전부터 저는 비즈니스 모델론을 이야기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 이론 또한 허점이 있습니다. 터무니없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도 일단 재미있으면 팔리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사람을 열중하게 만드는 자가 승리합니다. 그것이 게임 비즈니스의 진수입니다.

그런 까닭에 지금부터는 게임이라는 불가사의한 상품의 본질을 알아보기 위해서 '사람은 왜 게임에 열중하는 것일까?'에 대해 생각해 보겠습니다. 그러면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그런데 게임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저는 '놀이'라고 생각합니다.이렇게 말하면 저항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게임은 예술이다'라는 등 게임을 고상하게 표현하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최근 들어 부쩍 커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게임을 옹호하는 듯한 그들의 이러한 의견이 현실적으로는 게임을 망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깨끗한 영상, 기분 좋은 음악, 멋진 여러 가지 말…. 예술로서의 게임을 의식한 나머지 플레이 해보면 재미없는 게임이 얼마나 많습니까?

원래 게임은 '불량해진다', '눈에 나쁘다'등의 이유로 비난의 대상이었습니다. 또는 '기껏해야 아이들 장난감'이라고 경시되어 왔습니다. 이 의견들의 반론으로서 게임은 예술이라는 주장이 생겨났다고 저는 해석합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이 반론은 쓸데없는 것이었습니다. 게임은 역시 놀이도구입니다. 사람은 놀고 싶을 때 게임을 사서 게임으로 시간을 소비합니다. 세상의 모든 게임은 사람들을 즐기게 하기 위해서 존재합니다. 게임 옹호론자들은 게임을 놀이의 예술이라고 했어야 합니다.

최근 수년 동안 게임이 불행했던 것은 놀이와 예술을 동일 선상에 놓고 말하지 않고 대립 축에 놓고 그 존재 의의를 문제 삼았기 때문입니다

 

2. 로제 가이요와의 ‘놀이의 4분류’

게임은 놀이를 위해서 존재합니다. 사람이 게임에 열중하는 이유는 놀이가 사람을 포로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놀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서 재미있는 도표를 준비했습니다. 도표를 보아주십시오.

유명한 개념도이기 때문에 알고 계시는 분도 많을 것입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인 로제 가이요와가 제창한 놀이의 4분류표입니다. 로제 가이요와는 옛날부터 행해지는 인간의 놀이를 네가지로 나누어 정의했습니다. 분류할 때에 척도였던 것은 '유희자의 의지가 작용하고 있는가, 아닌가'(가로축), '규칙이 있는가, 없는가'(세로축)였습니다. 그 결과 그는 인간의 놀이는 다음과 같이 네 종류가 있다고 정의했습니다.

 

● 아곤(경쟁)
- 의지도 규칙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체스나 당구, 그밖에 대부분의 경기 스포츠 등입니다.

● 미미크리(모의)
- 의지는 있지만 규칙은 없습니다. 예를 들면 소꿉장난이나 칼싸움, 가면놀이 등입니다.

● 아레아(운)
- 규칙은 있지만 의지를 반영하지 못합니다. 예를 들면 룰렛이나 주사위를 이용한 놀이입니다.

● 이린크스(현기증)
- 의지도 규칙도 없습니다. 예를 들면 그네나 제트코스터 등입니다. 덧붙여 말한다면 로제 가이요와는 스포치라도 비경기형 스포츠(스키, 등산 등)는 아곤이 아니라 이린크스로 분류했습니다.*

 

어떻습니까? 매우 잘 만든 분류법이지 않습니까? 실제로 이 분류법에 감탄하는 것은 저뿐만이 아닙니다. 실례로 게임 메이커인 남코가 경영하는 테마 파크인 [원더에그]는 이 4분류를 의식해서 어트랙션을 설치했다고 합니다.

한편 게임은 무의식적으로 로제 가이요와가 정의한 놀이가 응축된 형태이며, 또한 여러 종류가 들어 있다는 것을 아십니까?

여기에 사람이 게임에 열중하게 되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고 저는 확신합니다. 게임은 응축된 경쟁이 한 가지 종류가 아니라 많이 들어 있습니다. 또한, 경쟁뿐 아니라 모의와 운도 동시에 즐길 수있습니다.

 

[결국 게임이란 컴퓨터에 의해서 인간의 놀이가 응축.편집된 것이다.]

 

그렇습니다. 4종류의 놀이가 혼연일체가 되어 있습니다. 게임에는 체스, 당구, 소꿉장난, 룰렛, 제트코스터의 진수가 전부 들어 있기 때문에 재미있는 것입니다. 다음 페이지에서는 유명 게임을 예로 들어 놀이가 응축. 편집된 모습을 소개하겠습니다.

* 많은 사람들이 즐기고 있는 인터넷 서핑.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정말로 탈의지.탈규칙의 놀이입니다.

3. 검증 「드래곤 퀘스트」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곳에서는 로제 가이요와의 '놀이의 4분류'가 게임이 응축, 편집된 예를 알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드래곤 퀘스트]라는 게임을 알고 계시는지요?

'호리이 유지' 씨와 '나카무라 고우이치' 씨가 개발한 이 게임은 음악을 '스기야마 고우이치' 씨가 담당한 것으로도 유명합니다만 86년에 에닉스에서 발매되어, 오늘날 롤플레잉게임(*1)의 유행을 몰고 온 패미컴(8Bit 게임기-닌텐도 발매)용 소프트입니다.

[드래곤 퀘스트]속에 로제 가이요와의 놀이의 4분류가 어떻게 구현되어 있을까요? 다소 전문적이겠지만 구체적인 예를 기초로 하여 검증해봅시다.

 

먼저, 의지는 있지만 규칙이 없는 '모의'. [드래곤 퀘스트]에는 모의가 무수히 많습니다. 예를 들면 플레이어가 모험자가 되어 칼을 휘두르는 점 등은 마치 전자 칼 싸움 같습니다. 가공의 숲, 바다, 동굴, 거리 등 [드래곤 퀘스트]에서는 지형 그 자체가 '모의'의 세계입니다. 사람의 대화나 쇼핑 등의 행위도 모의입니다.

의지와 규칙이 있는 '경쟁'도 많이 있습니다. 체력이 제로가 되면 죽는 싸움은 이 게임에서 가장 강조하는 '경쟁'입니다.

규칙은 있지만 의지는 없는 '운'도 [드래곤 퀘스트]에 들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싸움이 한창일 때 종종 일어나는 '회심의 일격'이 그렇습니다. 이 현상이 일어나면 플레이어는 적에게 가하는 타격의 양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습니다. 이것은 우연히 일어나며, 빈사상태일 때 '회심의 일격'이 나오면 플레이어는 신에게 감사드리고 싶을 정도의 '행운'을 느낍니다.

그리고, 의지도 규칙도 없는 '현기증'. 이것은 주인공이 미지의 땅을 탐색하는 장면 등이 해당됩니다. 로제 가이요와는 경기를 하지 않아도 즐거운 스포츠의 대표적인 예로서 스키와 등산을 들었습니다. [드래곤 퀘스트]의 이동 장면에는 스키나 등산과 같은 긴장감과 달성감이 균형있게 배합되어 있습니다. 또한 다른 공간으로 텔레포트하는 장면에서는 제트코스터를 타고 있을 때를 떠올리게 하는 '현기증'을 느낄 수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드래곤 퀘스트]를 예로 들었습니다만, 다른 게임에서도 똑같은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테트리스]는 얼핏보면 의지+규칙뿐인 게임으로 보이지만, 이 게임은 다음에 어떤 블록이 나오는가가 우연에 의해 결정되는 '운'이 있어서 재미있는 것입니다.

당신이 중국 삼국시대의 장군이었다면?

전면적으로 '모의'가 나오는 시뮬레이션 게임인 [삼국지]에서는 중국을 통일한다고 하는 '경쟁'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 게임에 빠져듭니다.

어떤 소프트라도 괜찮으니까 기회가 있다면 게임을 자세히 관찰해보십시오. 거기에는 로제 가이요와가 정의한 경쟁, 모의, 운, 현기증이 모두 들어 있을 것입니다.

 

*1: Role Playing Game - 일반적인 신문, 잡지, 서적에서는 'RPG'로 표기되는 예가 많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저널리스트들은 'RPG'라는 말이 반다이의 등록상표로 되어 있는 것을 모르죠. 원래 일반명사일 터인 'RPG'인데도 일개 기업이 도대체 어떻게 할 작정이었을까요? 이 사실을 알고서 저는 'RPG'라는 표기를 사용하지 않게 되었고, 의식적으로 롤 플레잉 게임(Role Playing Game)이라고 말하는 습관이 붙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