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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Dev.../게임만들기

[펌] 좋은 게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전직 후, 처음 기획서를 받아쥐었을 때, 그다지 기대를 하진 않았다. 단지 다음에 이어질 MMORPG 프로젝트로 넘어가기 전에 잠시 몸을 담을 프로젝트라고만 생각했다. 예전에도 "요거 일단 끝내주면 다음이 정말 멋진거 하자고~" 라는 식으로 꼬드김을 당했다가 피를 본 적이 있어서, 가능한한 빨리 마무리 지으리라고 다짐했다.

 

기획서를 봤다. 그저 그런 고전 게임의 리메이크라고만 생각했다. 그리고는 작업에 들어가서 새로운 방법론도 연습하는 겸사겸사 최선을 다해서 작업에만 몰두했다. 몇달후 게임이 본 모습을 보이게 되었는데...

 

어라? 이거 재미있잖아? 그래픽도 이쁘고...

 

그랬다. 개발팀 모두 재미있어했다. 경영진들도, 외부인들도 다들 마음에 들어했다. 프로토타입만 보여줘도 다들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런 과정에서 점차 튜닝을 하고 버그를 잡고 밸런스를 맞춰나갔다.

 

흠. 그런데, 어떻게 이런 게임이 나온거지?

 

기획서만 봤을 땐, 이런 게임이라고는 생각치 못했는데 말이다. 예전엔, 피터지게 갈구고 싸우고 개기고 음모를 꾸미고 욕하고 해도 얻을 수 없었는데 말이다. 돌이켜보면, 그 흔한 말싸움 한번 없이 너무나도 순탄한 과정을 밟아왔고, 다들 모여서 테스트하면서 아이디어를 내고 채택하는 등의 정말 평온한 개발 과정이었다. (물론 압박이 없을리야 없지만, 그정도는 이제 기본이니...)

 

나를 포함해서, A급 개발자로 도배한 것도 아니고, 다들 열정에 들떠 매일매일 야근하지도 않고(물론 한분은 예외), 멋진 엔진을 사서 작업한 것도 아니고, 최고급 기술력으로 승부한 것도 아니고, 눈이 돌아가는 그래픽으로 승부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게임이 재미있게 만들어진 것이다. (개발자라면 다들 자기 게임은 재미있다라고 하지만, 타사의 평가를 종합봤을 때 그정도는 아닌 듯하다)

 

그리고는 깨달음을 얻었다.

 

1. 게임성은 기획서에서 나오지 않는다.

 

예전엔 정말 완벽한 기획서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그래서, 기획서에 구멍이 보이면 기획자를 무지막지하게 공격했던 적이 있다. 그것도 하나 생각해보지 못했느냐고. 물론, 내가 기획서를 짜보고 난 후, 그런 생각은 이제 절대 하지 않는다. ㅋㅋㅋ

 

아무튼, 완성된 게임의 조작감, 성취감, 긴장과 이완 등으로 인한 재미를 초기 기획서에 담는다는 것은 요즘 생각해보면 정말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 아닐까 한다. 그런 것들은 당연히 오랜 개발 과정에서 대화와 타협(-_-)을 거쳐서 점차 녹아 들어가게 되는 법.

 

결국 게임이란 개발팀이 만들어낸 DNA를 먹고서 진화해나가며, 기획자는 초기기획서는 없는 거라고 생각해고 항상 다음번 진화를 위한 DNA지도를 설계하게 되는 것이다.

 

2. 좋은 게임은 좋은 사람들이 만들어간다.

 

"게임은 혼자서 만드는 게 아니다."

 

좋은 팀웍이 있다면 좋은 게임은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다. 이런 좋은 팀웍은 대체로 평화적이며 근면한 사람들 사이에서 꽃피기 쉽다. 마치 우리팀처럼. 물론 이 블로그에 울 회사 사람들이 자주 와서 하는 말이지만, 이렇게 괜찮은 팀을 만나본 건 처음이다. 그래서, 다음 프로젝트는 정말 기대하고 있다. 헤헤헤.

 

팀웍의 기본은,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리고 자신으로 인해 팀에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리라. 그리고, 너무 공격적인 멤버가 있으면 곤란하다는 것을 추가하고 싶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일까?

 

3. 그러나, 운영/마케팅이 더욱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게임도 마케팅의 도움 없이는 힘들다. 우리 게임이 대박의 길에서 한걸음 벗어나게 된 원인이 여기에 있다. 자세히 이야기를 풀어보자면 대략 다음과 같다.

 

@(*&*#&%*#_*(#*(*$(#*$)*#@$*#)*@#&*&*)#&ㄲ$*)#&$#

 

헥헥헥. 나도 드러내놓고 까대고 싶지만 이딴걸로 고소당하기는 싫으니깐.. ^^;;

 

4. 맺음말

 

너무나 당연한 말을 어렵게 해서 우스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런 건 겪어봐야 아는 법. 실패를 겪어본 사람만이 느끼는, 좋은 팀에 대한 고마움을 한번 써보고 싶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