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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추억에 휩싸여..

[퍼온글] 예전 국내 사설게시판에 대한 글입니다..

5.1. 국내 사설게시판

5.1.1. 사설게시판과 호스트의 역사

우리나라의 컴퓨터통신이 그동안 겪은 일들을 하나하나 기록하려면 책 하나로도 턱 없이 부족할 것이다. 별로 변한 것 같지 않지만 요 몇 년 동안에도 많은 사건이 생겨났고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기 때문이다. 애플시절의 통신, XT시절의 통신초기시절에부터 수없이 명멸해간 호스트프로그램과 게시판, 접속프로그램들이 있었고, 그 뒤에는 이런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운영했던 사람들의 수 많은 사연들이 담겨 있다. 통신을 통해서 발생한 수많은 사기사건 애정사건이 있었고, 고소까지 치달은 사건도 있었다. 불법복제로 집단고소를 당한 동서채널사건이 있는가 하면 자기도취증에 빠진 정신병자 같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등장하기도 한다. 토론장에 가보면 시대의 흐름과 병행한 수 많은 열띤 토론이 소복하게 쌓여있고, 어떤 동아리의 게시판 한 저 밑에는 슬프도록 아름다운 사연이 아직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이 모든 이야기는 나중에 누군가 차곡차곡 정리해서 세상에 내놓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 시점에서 국내 통신의 역사에 대해서 한 마디 하자면 엠팔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PC통신 초기의 국내 통신을 개척했던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던 곳이 엠팔이라는 사실은 아무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최초의 사설 게시판은 1988년 3월 이주희씨가 개설한 [The FIRST]로 알려져 있다. 이름 그대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문을 연 게시판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통신망이다. 당시 는 RBBS-PC라는 영문 호스트에 한글 처리를 했는데 조합형 한글을 사용한 점이 상당히 특이하다. 명동에서 회원의 사무실을 빌려서 운영했던 곳으로 아마 이 장소는 최초의 국내 사설게시판이 운영된 자리로 깊은 의미를 가질 것이다. 당시 이주희씨는 연세대를 다니던 학생의 신분이었는데, 처음에는 호스트에 한글처리를 가능하게 해서 저녁 시간부터 아침시간까지 집에서 운영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어서 들고양이(Wildcat)호스트프로그램을 채택한 바이트네트가 1988년 5월에 정식으로 문을 열었고, 얼마 후에는 대구에서 제닉스를 운영 체계로 하고 다중 사용자(MUITI-USER)를 지원하는 달구벌이 문을 열었다. 바이트네트는 바이트전자가 자사고객들에게 각종 상품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 문을 열었으나 당초의 기업적인 목적과는 달리 순수한 아마추어통신인을 위한 게시판으로 성격을 바꾸었다. 최승철씨가 운영을 맡았으며 한글은 7비트 청계천 한글을 사용했다.

달구벌은 제닉스와 UCB Mail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운영을 했던 것으로 통신환경이 열악한 지방에서 다중사용자로 출발했다는 점에 큰 의의를 둘 수 있다. 국내에서는 최초의 다중사용자 지원 게시판이 되는 셈이다. 당시 당구벌은 4개의 회선으로 운영을 하고 있었다. 달구벌은 H-Mail의 사랑방모임의 결실로 만들어진 게시판이라고 알려져 있다. H-Mail의 불편함과 비싼 요금 때문에 1988년에 김희동, 구우석, 손성룡 씨 등이 주축이 되어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88년 5월에 EMPAL 그룹이 주축이 된 EMPAL이 문을 열었는데 24시간을 지원하는 게시판이었다. 또한 조합형과 완성형 한글을 모두 사용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EMPAL은 Electronic Mail Pal의 약자로 전자펜팔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으며, 데이타통신(주)에서 제공하던 한글전자사서함(H-mail)을 사용하던 사용자들 사이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난 모임이다. 처음에는 3회선으로 시작했으나 나중에 8회선으로 늘어났다가 문을 닫았다.

당시 데이타통신에서 제공하고 있던 한글전자사서함은 처음에는 업무적인 일로 활용되다가 일반대중으로 확대된 서비스로, 국내 최초의 공중정보통신망으로 급격하게 부상한 서비스다. H-mail은 한글전자사서함으로는 국내 최로인데, 1987년에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개시했다. 물론 전자사서함 서비스는 그보다 앞선 1984년에 역시 데이타통시(주)이 미국의 Dialcom, Notice 등과 연결하여 상용서비스를 시작한 것이 최초다.

1987년에 시작한 H-mail은 일반인에게는 처음으로 한글통신이 가능했던 서비스였다. 당시에는 N바이트 코드를 이용해서 한글통신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 당시 1200BPS모뎀의 가격만 50만원 정도 했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서비스는 아니었다. 또한 오로지 com1만 지원했다는 점도 특징이다.

이런 H-mail을 사용하던 사람이 모여 만든 모임이 [사랑방]이라는 모임으로 전국마다 지방별로 결성되었다.

초창기에는 각종 일화들도 많다. 에이콤에서 Kermit를 이용해서 파일을 주고받던 사람들이 어느날 커미트를 사용할 수 없는 사태가 발생한 적도 있다. 데이콤측에서 보안상의 이유로 커미트와 관련한 기능부분을 삭제했기 때문이다. 결국 나중에 사용자들이 이 사실을 알고 데이콤측에 계속 요구한 결과 15일 만에 다시 살아난 적도 있다.

이렇게 시작한 컴퓨터통신문화는 그뒤 사설게시판들이 활성화되면서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80년대말에 사설게시판을 운영하거나 당시 통신을 했던 사람들은 흔히 말하는 파워유저에 해당하는 계층이다. 지금은 워낙 좋은 프로그램과 장비가 많아서 손쉽게 게시판을 운영할 수 있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호스트프로그램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꽤 높은 컴퓨터지식이 필요했다. 또 당시에 비싼 모뎀을 사서 통신을 할 정도라면 컴퓨터쪽으로는 일가견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쉽게 수긍할 것이다.

이런 통신인들에 의해서 해외의 유명한 정보와 자료들이 국내로 반입되었고, 이들 중에서 뜻 있는 몇 사람들은 공개용프로그램 개발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이래서 등장한 것이 한글적인 접속프로그램인 인토크 이야기 등이고, 까페와 같은 한국산 호스트 프로그램이다. 물론 안철수씨가 개발한 백신도 통신을 통해서 신속하게 통신인들에게 퍼졌고 이들에 의해서 다시 학교와 직장에 보급되어 잔버러지 예방에 큰 기여를 했다.

대형쪽에서는 케텔과 천리안이 생겨나 정보서비스제공이라는 분야의 개념을 잡아가기 시작했다. 이후 케텔은 코텔로 변했다가 다시 한국피씨통신으로 새롭게 태어나면서 하이텔로 탄생했다. 또한 포항제철계열사인 포스데이타에서 만든 포스서브는 컴퓨서브나 니프티서브와 같은 외국의 유명 상업통신망을 국내에서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1994년에는 포스데이타에서 독립하여 에이텔이라는 회사로 새로 태어났다.

이주희씨가 개설한 [The FIRST]를 시작으로 해서 [엠팔]과 [달구벌네트]가 문을 연 뒤로, [둘솝BBS] [게임BBS]를 비롯한 여러 사설게시판이 문을 열기 시작했고, 이후 국내 사설게시판들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SF소설 전문게시판인 <내일(SF)>를 비롯해서 <알파> <히스토피아> <다나>와 같은 게시판들이 계속해서 문을 열었다. 5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초창기 게시판 중에서 현재까지 남아있는 곳으로는 노량진교회의 김진년목사님이 운영을 시작한 [생명의 빛]이 있고, 한글과 문학 중심으로 시작했던 <멋>이 있다.

초기에는 주로 RBBS라는 호스트프로그램을 많이 사용했으나 곧 이어서 [들고양이(Wild Cat)]를 이용한 게시판들이 점차 늘어나 1989년과 1990년에는 상당수가 <들고양이>로 운영을 시작했다. RBBS는 'Remote Bulletin Board System'의 줄임말이다. 중간중간에 여러 가지 호스트프로그램이 소개되기도 했지만 몇 가지 이유로 많이 사용되지 않았다. 1990년 초에는 '언티'라는 프로그램이 소개되었지만 프로그램의 소개과정에서 생겨난 게시판지기들의 거부감으로 인해서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사장되고 말았다.

들고양이는 미국의 [Mustang Software]에서 만든 프로그램으로 게시판지기가 운영하기도 편하고 사용자들도 사용하기 편해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제품이다. 국내에서는 대부분 공개용프로그램을 사용했는데 상용프로그램은 다중사용자를 지원했기 때문에서 국내에서도 상용프로그램을 구해서 게시판을 운영한 곳들이 생겨났다. 상용들고양이 프로그램을 사용한 곳은 다른 곳과는 선로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를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사용자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한글사용에 어려움이 많아서 파일설명조차 한글로 달 수 없다는 점이 사용자들에게 많은 불편을 주었다. 또한 사용자기록파일이나 편지기록파일이 하나로 되어있고, 편지를 지울 수 있는 기능이 없어서 운영이 오래된 곳은 각종 기록파일의 저장문제로 고민을 해야 했다. 내가 운영하던 <멋>의 경우에도 편지가 1만통이 넘게 쌓이고 사용자가 등록된 사용자가 수천명을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자료저장문제로 많은 고민을 해야 했다. 당시 자료실의 파일을 제외하고 운영에 꼭 필요한 기록파일들만 30메가 가까이 나가는 엄청난 사태가 발생했는데, 당시에는 하드디스크 가격이 높아서 40메가 이상의 하드를 사용하는 곳이 드물었던 시기였다.

결국 한글문제와 운영관리의 어려움으로 인해서 많은 게시판들이 텔리가드로 전환을 했고, 뒤에 한글지원 프로그램인 호롱불이 나온 이후에는 RBBS나 들고양이 류의 외국프로그램은 텔리가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라지고 말았다.

1990년에 국내에 보급되기 시작한 텔리가드는 미국의 Eric Omen이 만든 프로그램으로 아직까지 내가 본 호스트 프로그램 중에서 이보다 뛰어난 프로그램이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막강한 기능을 자랑하는 프로그램이다. 이 때문에 통신에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오래된 게시판이나 전문가들은 이 프로그램을 많이 채택해서 게시판 운영을 시작했는데 <글과길> <하늘마당> <반딧불>과 같은 곳에서 텔리가드로 운영하면서 한글설명서를 만들고 한글화를 시작했다.

텔리가드는 상당히 독특한 개념을 가진 기능들이 많았는데 가장 대표적인 기능은 AC Flag, AR Flag와 같은 프래그라는 환경설정 방식과 이를 이용한 프로그래밍 기능이다. 이 기능을 이용하면 호스트프로그램의 모습을 자신이 원하는 어떤 형태로도 설계할 수 있는 매우 독특한 프로그램이었다. 그전에 사용하던 들고양이를 텔리가드 밑차림으로 둘 수도 있고, 아예 텔리가드의 모습을 들고양이와 똑 같은 차림으로 만들 수도 있다.

사용자관리편에서도 매우 독특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는데, 시간은행을 제공하고 개인사서함을 가질 수 있었다. 여기에 각종 프래그라는 조건기호를 이용한 사용자관리는 아직도 다른 호스트프로그램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였다.

예를 들어서 어떤 게시판이 있을 경우에 이 게시판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을 20살 이상의 남자성인으로 제한하고 싶다면 '남자'와 '20살 이상'이라는 조건을 게시판에 부여하면 된다. 그러나 이 조건에 해당안되는 여자거나 20살이 안되는 사람 중에서 특정 몇 사람들은 이곳에 들어올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해야 할 경우도 있는데, 이럴 때는 그 사람들에게 게시판의 출입자격을 부여할 수 있다. 이처럼 모든 차림표에 사용할 수 있는 계층의 제한을 둘 수 있는가 하면 특정한 계층에는 예외규정을 둘 수 있기 때문에 엄격한 사용자관리가 가능했다.

이런 기능은 프로그램의 OR, AND, NOT 연산자를 사용하는 경우와 비슷하다. 만약 여성전용 게시판을 만들고자 한다면 게시판에 'Female'만이 사용가능하도록 조건을 준다. 그러나 남자 중에서도 나이가 많고 신원이 확실하고 여성전용 게시판에 참여해서 도움이 되는 사람이 있다면 게시판에 특정기호를 부여하고 사용자에게도 그런 기호를 붙여준다. 예를 들면 그게시판의 플래그에 'M'이라는 기호를 부여하고, 여성전용게시판에 참여를 허락하는 남성들의 개인 플래그에도 'M'을 부여해주면 된다. 즉 'M'이라는 기호를 부여받은 사람은 'M'이라는 기호가 붙은 자료실과 게시판은 일반적인 게시판의 사용제한조건에 관계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어떤 장소에서 특정 글쇠를 눌렀을 때 특정한 차림으로 이동하거나 특정한 기능이 실행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짤 수도 있는데, 이런 막강한 기능만큼이나 사용법이 어려워서 어지간한 게시판지기들은 텔리가드 운영을 포기하고 말았다. 막강한 기능에 비례한 어려운 사용법으로 인해서 널리 사용되지는 못한 것이다. 여기에 한글사용에 큰 어려움이 있어 일반적인 게시판에서는 많이 사용하지는 않았던 프로그램이다.

그러나 피도네트(Fido Net)를 사용하려는 게시판들은 아직도 텔리가드로 운영하는 곳이 있다.

낱말설명: FIDO NET
피도네트라고 부르나, 화이도네트라고도 부른다. 전 세계적인 사설게시판들의 네트워크로 40여개 이상의 국가에서 1만여개 이상의 게시판들이 가입해있다고 한다. 외국의 사설게시판들과 각종 자료와 파일을 교환할 수 있는데 한번에 들어오는 자료의 양이 너무 많아서 처리가 곤란할 지경이다. 국내의 게시판들은 많이 가입하지 않은 편이며 주로 미국을 중심으로 해서 유럽지역이 많이 가입되어 있다. Fido Net는 미국의 톰제닝스(Tom Jenings)가 83년부터 운영한 Fido BBS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84년부터 다른 BBS와 네트메일을 교환할 수 있게 만들면서 사설 게시판들의 네트워크로 성장하게 된다. Fido라는 이름은 별다른 뜻이 있는 것이 아니고, 톰 제닝스가 기르던 개 이름이다. 그러니 개 이름이 세계적인 네트워크의 이름이 된 셈이다.

낱말설명: 시간 은행
회선이 몇 개 안되는 사설 BBS의 경우, 많은 사람들의 수용을 위해 각 사용자마다 시간을 제한시켜 두고 있다. 이 때, 1회 접속시 쓸 수 있는 시간 중 남는 시간이 있는 경우 저축해 놓았다가 다음 접속 때 찾아 쓸 수 있게 하는 기능이 있는데, 이것을 시간 은행이라고 한다.

통신 초창기에는 영문으로만 표시되는 차림표 때문에 통신초보자들이 많은 애를 먹었다. 이 때문에 많은 게시판지기들이 차림표의 한글화에 노력했는데, 이 작업은 며칠에서 몇 달이 걸리는 매우 어렵고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작업이었다.

NKP나 bkby 같은 무른모한글을 띄우고 PCTOOLS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섹터에디팅이라는 작업을 거쳐서 한글화가 이루어졌다. 예를 들면 wildcat라는 프로그램에서 영어로 표시되는 부분을 pctools의 Edit기능을 이용해서 고치는데, 'Mail'이라는 말을 찾아서 일일이 수작업으로 '편지'라는 말로 바꾸는 작업을 했기 때문에 시간이 무척 오래 걸렸다. 이 작업은 실행파일 안에 들어있는 영문을 한글로 바꾸는 작업이기 때문에 만약 작업 도중에 단 한 글자라도 잘못 건드리면 프로그램의 실행에 문제가 생기거나 먹통이 생기는 끔찍한 사태가 벌어지고는 했다. 따라서 다른 부분은 절대 손대지 않고 오로지 텍스트표시 부분만 찾아내서 적절한 한글말로 고치는 작업이 오랜 시간에 걸쳐서 조금씩 이루어졌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한글화한 뒤에 자료실에 올려놓으면 이를 받아가서 다시 다른 게시판지기가 수정을 해서 사용하고, 또 다시 전파되어 수정되고 이런 식으로 해서 한글화가 진전되었다.

1990년까지가 외국호스트프로그램의 전성기라면 1991년부터는 국산 호스트 프로그램의 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시기라고 할 수 있다. 1990년 10월에 등장한 카페의 뒤를 이어서 <호롱불>이나 <밀키웨이>와 같은 국산호스트 프로그램이 개발되었기 때문이다.

카페는 조병철씨가 만든 국내 최초의 한글지원 호스트프로그램으로 PC-Serve의 차림표를 기본으로 해서 만들어졌다. 비록 0.6판으로 그치고 말았지만 실질적으로 국내 최초의 국산호스트프로그램이라는 의미를 부여받은 프로그램이다. 특히 호스트프로그램의 소스를 공개함으로써 카페의 뒤를 이어서 속속 국산호스트 프로그램이 개발되었다. 밀키웨이, 나눔터, 사랑방, 스펙트럼과 같은 제품들이 바로 '카페류'라 불리는 호스트 프로그램이다.

카페는 NKP와 같은 한글을 띄우고 사용하면 되었는데, 결정적인 단점이 있어서 오래 사용되지는 않았다. 그 단점은 최대 가입인원이 300명이라는 점이다. 이는 당시 수십명에 불과하던 광주의 지방통신인 수를 기준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의 경우는 좀 알려진 게시판의 경우 일주일이면 300명이 가입하던 사설게시판의 성장기였기 때문에 조금 오래된 곳은 카페를 사용하지 못하고 그대로 들고양이나 텔리가드를 사용해야 했다. 그리고 게시판도 290개가 한계였다.

이를 수정해서 나온 제품이 [곰주인]이다. 이 프로그램은 하성욱씨가 카페를 수정, 보안해서 발표한 제품으로 게시물은 500줄까지 작성이 가능하고 차림표는 70개, 사용자의 수는 500명까지 가능하다. 그러나 역시 사용자수의 제한 때문에 초기판은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밀키웨이]는 카페 v0.6a판을 바탕으로 만든 것으로 [하얀종이]의 지기인 김성철씨가 만들었다. 해커를 침투 하기 위한 기능이 부가되었고 프로토콜의 수를 무한대로 지정하게 한 점이 특징이다. 또한 도움틀인 milk가 함께 제공되었다. 호롱불이 나온 이후에 호롱불과 함께 가장 많이 사용했던 호스트였다.

카페에 이어서 나온 제품이 [알파]에서 개발한 '호롱불'이다. 이 프로그램은 최오길님이 만든 프로그램으로 파스칼언어를 이용해서 프로그램을 짰다. 이 프로그램은 기능면에서는 텔리가드나 여타 제품에 떨어지는 부분이 있지만 모든 명령어가 한글로 가능하다는 점에서 최초의 한글명령 호스트 프로그램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특히 지나칠 정도다 싶은 잦은 판올림으로 계속해서 벌레를 잡고 새로운 기능을 추가해주었기 때문에 요즘은 국내의 대부분의 사설게시판들이 호롱불을 사용하고 있다.


^^^그림: 호롱불에서 기본적으로 지원하는 으뜸차림표. 차림표 모양은 벼락쪽지기가 예쁘게 바꿀 수 있다.

카페가 국산호스트프로그램의 시작을 알렸다면 호롱불은 국산 호스트프로그램의 성장을 주도했다고 할 정도로 많은 업적을 쌓았다.

가장 중요한 업적은 한글지원 부분이다. 호롱불은 통신인들이 등록할 때 한글또이름으로 등록할 수 있도록 만들었는데, 게시판지기의 뜻에 따라서 아예 한글로만 등록할 수 있도록 영문또이름의 등록을 막는 기능을 지원했다. 이 때문에 한글또이름을 지원하는 최초의 프로그램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또 모든 명령어는 한글과 영문, 가기 명령어와 지금글쇠를 모두 지원한다. 예를 들어서 자료실을 가기 위해서 '가기파일/가기파/가파/ㄹ/f/go file/go f'와 같이 다양한 형태의 가기명령어를 지원한다. 특이한 점은 한글상태에서 영어글자에 해당하는 지름글쇠를 눌러도 자동으로 변환해준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서 자료실로 가기 위해서 'f'를 치기 위해서 다른 통신망에서는 한글상태에서 영문상태로 바꾼 뒤에 'f'를 쳐야 하지만, 호롱불을 사용할 때는 2벌식 한글을 사용할 경우 한글상태에서 영어 'f'자에 해당하는 'ㄹ'을 치 치면 된다. 이때문에 호롱불로 운영하는 게시판에 접속한 사용자는 단 한 번도 영문으로 글쇠를 변환하지 않고도 모든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이처럼 모든 명령어와 기능의 한글전용을 지원하는 곳도 호롱불이 국내에서는 최초다.

이밖에도 호롱불네트를 구성해서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지원한 것이나 자체한글을 내장해서 다양한 한글글꼴을 지원하는 것도 국내에서는 최초로 이루어진 업적이다.


^^^그림: [멋]에 접속했을 때 사용내역을 알려준다.

낱말설명: 호롱불네트워크
호롱불에서 지원하는 네트워크 기능을 이용해서 연결된 한국 내의 사설게시판 네트워크를 말한다. 중앙국과 중계국 일반국의 나무구조로 연결이 되어 있는데 편지와 게시판을 교환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호롱불네트에 가입해서 독자적인 네트워크번호를 받아야 한다.

예를 들면 1407이라는 번호를 받은 서울의 한 사설게시판에서 2333번호를 받은 지방의 사설게시판으로 편지를 보낼 수 있는데, 먼저 일반국인 이 게시판의 번호가 1407이라고 하면, 이곳에서 보내는 자료는 1400번대의 번호를 부여받은 게시판들의 자료를 모으는 1400번대 중계국으로 간다. 여기서 다시 한 단계 높은 중계국인 지방중앙국인 1000번대 중계국으로 보내는데 서울이나 경상남도와 같이 지방별로 하나씩 있다. 지방중앙국은 다시 서울에 있는 중앙중계국인 알파로 자료를 보낸다. 그럼 중앙중계국인 알파에서 다시 수신번호를 참고하여 2000번대 지방중앙국으로 자료를 분류해서 보내고, 여기서 다시 2300번대 중계국으로, 2300번대 중계국에서는 2333번 일반국으로 1407번 일반국이 보낸 자료를 중계하는 것이다. 그러나 만약 보낼 곳이 같은 중계국 안에 있는 곳이라면 중앙국까지 자료를 보내지 않아도 자료교환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서 1407번 일반국에서 1408번 일반국으로 자료를 보내기 위해서는 1400번 중계국까지만 자료가 갔다가 다시 1408번으로 바로 전송이 되었다. 이처럼 전국적으로 자료를 보낼 수도 있고 원하는 일반국이나 원하는 지역에만 자료를 교환할 수 있다는 점은 호롱불네트가 가진 장점 중 하나였다.

이러한 과정은 우체국에서 우편물을 분류해서 발송하는 과정과 같다. 자기 동네 우편번호를 적고 받을 곳 우편번호를 적어 우체통에 넣으면 동네 우체국과 지역별우체국을 거쳐 중앙우체국을 거친 뒤에 다시 동네 우체국으로 발송되어 우편물이 전달되는 것과 같다.

이러한 호롱불 네트워크는 사설게시판들끼리 편지와 게시판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큰 인기를 끌었고 많은 사설게시판들이 호롱불네트워크에 가입했다. 또한 호롱불네트워크를 통해서 각 지역별 소식이 전국으로 골고루 전파되었다. 성폭행사건으로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김보은양과 남자친구에 대한 이야기도 같은 학교에 다니던 한 통신인이 사설게시판에 올린 게시판이 발단이 되어 전국으로 퍼진 경우다. 대구의 사설게시판에 올라왔던 이 글은 게시판지기가 호롱불네트워크를 통해서 순식간에 전국의 호롱불 운영국에 전파했고 이 글은 많은 사람들의 분노와 공감대 속에서 사회표면으로 급작스럽게 알려졌던 것이다.

그러나 호롱불네트워크는 몇 가지 단점을 지녔는데 첫번째는 호롱불로 운영하는 곳끼리만 자료를 교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두번째는 단계별로 자료가 모였다가 다시 분산되어 발송하는 과정 때문에 우편물처럼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호롱불네트의 경우는 하루에 한 번만 자료를 주고받기 때문에 이쪽에서 저쪽으로 자료를 보내기 위해서는 같은 중계국 내에서도 최소한 하루 이상 걸렸고, 다른 지방으로 보내기 위해서는 중앙국까지 올라갔다 와야 하므로 며칠씩이나 걸렸다. 또한 중계국과 중앙국은 전국의 수천개 일반국에서 모이는 수 많은 자료를 모아서 다시 분산처리하는데 많은 과부하가 걸렸고 결국 이로 인해서 전국중앙국인 알파가 수시로 문을 닫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그리고 몇 가지 사정으로 인해서 전국중앙국이 없는 상태이므로 요즘은 중계국 내에서만 자료를 교환하고 있는 상황이다. 호롱불네트의 자료교환에는 ZMODEM을 사용했고 LZH 압축형식을 이용하고 있다.

호롱불이 이처럼 모든 명령어와 도움말기능의 한글화로 인해서 손쉬운 사용법과 사용자 관리를 지원했는데 이 때문에 많은 통신인들이 손쉽게 게시판을 운영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현재 3.99판까지 나와 있고 4.0 시험판이 시험중인데 4.0판 이후부터는 상용으로 나오면서 다중사용자 기능을 지원하겠다는 이야기가 있다.

호롱불이 나온 이후에도 계속해서 많은 국산 호스트프로그램이 개발되었다.

정승우씨가 제작한 [나눔터]는 에러처리에 대한 명령기능을 가지고 있고, 에러대비 프로그램인 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바람잡이로 바람을 잡아서 사용할 수 있고 지기가 파일을 등록할 때는 같은 이름의 파일이 있어도 등록이 가능하다는 편리점 때문에 게시판지기가 운영하기에는 편리한 호스트였다.

[사랑방]은 광주의 [사랑방] 게시판지기인 김정국씨가 제작한 프로그램으로 com3,4까지 지원하는 호스트다. 특이하게 해커방지 기능을 채택해서 사용자들을 보호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는 소스를 공개한 카페가 해커들에게 표적이 되어 자주 공격을 당하고 먹통이 되는 일이 생겨났기 때문에 만든 기능이다. 역시 등록회원수가 300명이라서 많이 사용되지는 않은 호스트다.


^^^그림: 호스트 [사랑방]의 화면

특이한 호스트로는 [모험]이라는 온라인게임 호스트가 있다. 사용자들끼리 돈을 나누어 줄 수도 있고 등급을 올려줄 수도 있으며 사용자들끼리 서로 돕거나 공격할 수 있는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일종의 MUD놀이와 비슷한 호스트인 셈이다. 그외 사냥터, 모험세계 등과 같은 특수한 차림이 지원되었고 퀴즈 등도 지원되었다. 그러나 사용자 수를 399명으로 제한되었고, 게시판도 499개로 제한되었다는 점이 단점이다.

이후로도 '작은태양'과 같은 좋은 국산호스트프로그램이 만들어져 국내 사설게시판은 숫적인 면에서 엄청나게 증대한다. 현재 많이 사용되는 호스트로는 [호롱불] [작은태양] [밀키웨이] 이외에도 [미트라인] [Power BBS] [WithLine] [푸른물] [크리켓츠] 등이 있다.


^^^그림: [푸른물]용 환경설정 프로그램인 검둥이

덕분에 눈 뜨고 일어나면 몇 개 씩 생겼다가 사라질 정도였는데 통신에 관한 책임감이 없는 상태에서 흥미 위주로 사설게시판 운영에 손을 댔다가 집안과 사용자들에게 많은 피해를 주고 문을 닫는 경우가 많아서 사설게시판이 질적으로는 하락했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도 전문화된 게시판을 외치면서 나름대로 독특한 색깔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곳들이 많았다. VGA 사용자만이 접속할 수 있는 독특한 게시판으로 고해상도 시스템에서 전송하는 컬러 화상 전송서비스가 가능했던 곳이다. 그러나 요구하는 굳은모를 갖추기가 어려운 점이 단점이었다. 한양PC서브(또는 한마을)은 사설게시판이면서도 대형으로 운영되던 곳이다. 사설 게시판으로는 가장 많은 동아리를 보유했고 게시판도 다양하다.

이처럼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생겨난 사설게시판은 지금은 그 수를 파악하기 힘들 정도다. 사설게시판은 대부분 무료이기 때문에 아무나 쉽게 등록할 수 있다. 그리고 익명으로도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중요한 사실을 전하고자 할 때는 사설을 이용해서 신분을 보장받을 수 있다. 요즘은 통신을 처음 하는 사람들이 하이텔이나 천리안 같은 대형통신망으로 통신을 시작하는데 대형통신망만 사용하는 사람은 통신세게의 절반만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워낙 많은 사설게시판들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에 드는 곳을 찾는다는 것이 힘들기는 하지만 일단 자신의 마음에 드는 사설게시판을 발견한다면 대형통신망에서 얻을 수 없는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전문화된 자료와 가족적인 분위기. 사설게시판이 지니는 장점이라 하겠다.

5.1.2.사설게시판이 지니는 의의

사설게시판은 전문통신인과 컴퓨터전문가를 키워내는 역할을 한다. 또한 많은 통신프로그램과 공개용프로그램들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많은 프로그램들이 사설게시판을 운영하는 사람과 사설게시판을 아끼는 사람들에 의해 개발되고 발표된다. 또한 통신에 필요한 각종 도움을 주고 올바른 통신문화를 이끌어가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한다.

사설게시판은 또한 대형통신망의 모범이 된다. 사설에서는 익명으로 가입할 수 있지만 대부분읱 통신인들이 예절을 지킨다. 그 이유는 통신예절을 게시판지기가 가르쳐주기 때문이다. 대형통신망에서 잘못 길들여지는 통신문화를 바로 잡아가는 역할을 하는 곳은 사설게시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사설에서 사용자를 위해서 지원하는 여러가지 기능과 노력을 대형통신망들은 본받아야 한다. 예를 들어서 사설에서는 압축파일 내용을 보거나 압축파일 중에서 원하는 파일만 받아가는 기능이 90년대 초부터 지원되었지만 대형통신망은 5년이 지난 지금에야 겨우 시작하는 단계다. 더구나 이곳저곳 다니면서 파일을 선택 한 후에 나중에 한꺼번에 받는 기능이나 지난 번 접속한 이후로 자신이 원하는 영역의 게시판을 한꺼번에 압축파일로 전송해주는 기능도 지원되지 않는다.

기능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한글지원 부분이다. 사설에서는 기본적으로 조합형을 사용하지만 완성형되 지원한다. 또한 2벌식을 기본으로 하지만 호스트 안에서 3벌식을 지원하기 때문에 3벌식 사용자가 통신하기에 아주 편리하다. 더구나 모든 명령어는 한글로 되어 있기 때문에 사설게시판을 사용할 때는 단 한 번도 영문으로 글판 변환을 하지 않고도 자신이 원하는 작업을 다 할 수 있다.

그밖에 사설게시판들이 지원하는 편리한 기능은 아직도 대형통신망에서는 쫓아가기 힘들다. 방대함으로 따지면 대형게시판이지만 편리함과 사용자편의를 생각하면 사설게시판이 계속 앞서 나갈 것이다. 이것은 사용자를 위해서 어느 정도의 열성을 보이는가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많은 자본과 인력 기술을 가진 대형통신망이 오히려 사설게시판을 뒤쫓아다녔다.

그러나 사설게시판이 지원할 수 있는 내용은 한계가 있다. 이 부분은 대형에서 보완을 해주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둘은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충해나가는 통신세계의 동반자로 발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사설게시판이 지니는 의미는 대형통신망이 발전할수록 더욱 커질 것이다.

5.1.3.사설게시판을 사용할 때 알아둘 점

사설게시판은 대부분 하나의 전화선으로 운영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자신이 오랜 시간 사용할수록 다른 사람들의 사용이 어려워진다는 점을 늘 명심해야 한다. 이것은 하루 종일 대화방에 죽치고 앉아서 대화나 즐기는 대형통신망 사용자들이 쉽게 이해하기 힘든 일일 것이다. 선로 하나로 한 사람이 30분씩만 쓴다고 해도 하루 종일 겨우 50여명만이 접속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결국 자신이 오래 쓰는 만큼 다른 사람이 접속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다. 이 때문에 사설게시판을 사용할 때는 인내와 희생이 요구된다.

사설게시판은 더구나 익명으로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에 어떠한 제재조치도 받지 않는다. 잘해야 등록이 취소되는 정도지만 다시 다른 이름으로 재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설통신망의 발전을 위해서는 사설게시판에서 지켜야할 부분을 지켜주는 예의가 필요하다. 사설게시판을 사용하면서 지켜야 할 부분들은 다음과 같다.

등록 내용은 솔직하게 기록하고 이중등록을 하지 않는다. 사용자들이 가명으로 이중등록을 하는 많은 이유는 사용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다. 사설게시판은 사용시간에 제한을 두기 때문에 한 사람이 하루에 30분 정도를 쓸 수 있도록 제한하는 것이 상례다. 이때문에 가명으로 이중 삼중 등록해서 접속시간을 늘려쓰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이중등록을 하기 위해서 전화번호나 주소 등을 전부 가짜로 기록하게 된다. 그러나 앞서 말한대로 자신이 오래 사용하는 만큼 다른 사람이 사용할 기회가 적어진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이런 행동은 자제해야 한다. 자신이 오래 쓰고 싶은만큼 다른 사람도 오래 사용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조금씩 양보하면서 참는 일. 이것이 사설게시판 사용자들에게 가장 많이 필요한 통신자세다.

가능하면 자기 자신에게 부여된 시간만을 사용하도록 하며, 이 시간도 최대한으로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호롱불과 같은 사설게시판 프로그램은 사용자들의 접속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일괄전송기능(L)'과 같은 좋은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이 기능은 접속한 뒤에 으뜸차림에서 'L'을 한 번 누르는 것만으로, 지난번 접속한 이후로 새롭게 올라온 자료실의 파일목록과 각 게시판, 편지들을 한꺼번에 묶어서 압축파일로 보내주는 기능이다. 이 기능을 사용하면 지난번 접속한 이후에 새롭게 올라온 자료들은 1~5 분 만에 전부 받아볼 수 있다. 사용자는 접속을 끊고 바깥에서 게시물과 편지들을 본 뒤 답장을 작성해서 다음번 접속 때 편지보내기 기능으로 신속하게 보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자료를 받지 않고 사설게시판을 모두 사용하는데는 하루에 5~10분 정도로도 충분하다.

마찬가지 이유로 자신이 사용가능한 시간을 모두 다 썼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들어와서 다시 파일을 받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또 사설에서는 처음 방문한 사람에게 '손님(guest)'이라는 자격을 주어서 안을 둘러보고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데, 이런 기능을 악용해서 자신의 사용시간을 다 쓴 후에도 사설게시판에 접속해 게시판을 보는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그림: 호롱불로 운영하는 곳에 들어가서 시간은행을 사용할 때의 장면

사용시간 다음으로 중요하게 여겨할 내용은 정직한 자신의 소개와 따스한 인사다. 사설게시판에 가입해보면 대부분 인사하는 게시판이 마련되어 있을 것이다. 이런 인사게시판을 이용하거나 모두에게 보내는 편지 기능을 이용해서 가입인사를 하고 자신에 대한 소개를 해주는 것이 예의다.

특히 통신초보자에게는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아는 한도 내에서 도와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늘 자신도 초보자시절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면 따뜻한 환영을 말을 전해주는 것도 사설게시판에서 할 수 있는 정겨운 모습의 하나다.

그밖에도 올바른 말을 사용하고 맞춤법에 틀리지 않게 바른 표현을 사용하는 것도 올바른 통신문화의 밑거름이 된다. 가끔 친한 친구끼리 편지를 주고받을 때 좋지 않은 표현들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는데, 꼭 이런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면 비공개편지로 보내서 다른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또한 남들이 봐서 짜증이 날만한 편지라면 공개편지로 보내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끔은 무리한 부탁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런 무리한 요구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

예를 들어서 어떤 게시판에 질문을 하면 대부분의 숙련자들은 답을 해주는 편이지만 힘들어서 답을 안하거나 혹은 다른 사람들이 답을 주겠지 하는 생각으로 답장을 보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답이 없이 없으면 다시 질문을 해서 답을 받지 않았음을 알려야 하는데 욕을 하거나 불만에 찬 글을 올림으로써 기분을 상하게 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이 있다. 또 모르는게 있을 때마다 지기를 호출하는 행동도 좋지 않다. 사용자 한 명 한 명을 상대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일단은 게시판이나 공개편지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그래도 안될 경우에 지기들에게 도움을 부탁하는 것이 올바른 예절이다.

사설을 사용할 때는 그외에도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우선 사용하면서 비정상적인 방법이나 강제로 접속을 끊지 말고, 접속을 끊는 명령어로 접속을 끊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24시간으로 운영하지 않는 곳에는 접속시간 이외에 접속을 시도하지 않아야 한다. 사설게시판은 주로 저녁시간에 운영하는데 접속시간이 지난 후에는 일반 가정처럼 음성전화를 사용함으로 사용시간 이외의 시간에 접속을 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된다. 만약 사용시간 이외에 자꾸 전화가 걸려오면 가족들이 전화공해에 시달리다가 운영중지를 요청하게 되는데, 실제로 이런 일로 인해서 운영을 중단한 곳을 숱하게 많이 보아왔다.

5.1.4. 멀티노드용 호스트프로그램

도스에서는 호스트프로그램을 사용해서 다중사용자(멀티유저)를 지원하는 일이 거의 불가능하다. 도스 자체가 단일작업(싱글태스킹)을 하는 운영체제고 COM포트도 최대 4개까지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다중선로(멀티노드)를 지원하는 게시판을 꿈꾸기 마련이다. 하이텔이나 나우콤처럼 수천명이 사용하는 곳은 아니더라도 두 명이나 열 명이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을 꿈꾼다. 그러나 도스용 단일선로 호스트프로그램은 이제 많은 프로그램이 나왔지만 아직도 다중사용자를 지원하는 호스트프로그램은 별로 없는 상태다.

초창기에 사용되던 들고양이 상용판을 이용해서 다중사용자를 지원하기도 했지만 이 제품은 유닉스용 제품이 아니었다. 이때문에 국내의 게시판지기 몇 명은 직접 호스트프로그램을 제작하기도 했다. 나와는 개인적으로 무척 친한 관계인 [디뱅크] 지기인 정재덕형님의 경우는 외국의 무스탕게시판에 직접 접속해서 국제전화 요금을 물어가면서까지 들고양이 프로그램을 구해 국내에 배포하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다중 사용자 지원을 위해서 들고양이 프로그램을 포기하고 프로그램을 짜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호스트가 제닉스에서 폭스프로를 이용해서 만든 DBANK 라는 프로그램이었다. 이프로그램은 신기하게도 차림표방식으로 사용자가 차림표를 선택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서 사용자가 접속한 후에 화살표를 이용해서 호스트의 명령어를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직접 짜거나 외국의 것을 수입해오거나 또는 변형해서 여러 가지 멀티노드용 호스트프로그램이 등장했다. 가장 대표적으로 알려진 것이 버들골과 온라인이다. 케텔과 같은 곳에서는 인포믹스라는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통신프로그램을 짠 것으로 알려졌다.

다중선로용 호스트를 돌리기 위해서는 386 이상의 컴퓨터에 유닉스 프로그램을 구해야 한다. 당시 한글이 가능한 유닉스는 대략 4종류였다.

쌍룡컴퓨터에서 판매하는 Hanix4.0와 다우기술에서 판매하는 SCO 한글유닉스, 삼성전자의 KONIX, 그리고 삼보컴퓨터의 삼보유닉스가 있었다. 이중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것은 SCO유닉스 아니면 제닉스를 사용했다.

운영체제야 대충 아무거나 쓰면 되지만 호스트프로그램은 마땅한 것을 구하기가 어려웠다. 당시 버들골이 가장 쓸만하다고 해서 그것을 구하려고 했지만 구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나중에 버들골이 소스를 공개하고 PC서브에 올라왔을 때야 구할 수 있었지만 그 사이에 지친 사람은 각자 자기 나름대로 프로그램을 구하거나 짰다.

이 프로그램은 SCCR이라고 불렸으며 서울대 학생들이 만든 것으로 교내에서 게시판을 운영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다. 소스가 공개되었기 때문에 다중선로 호스트프로그램 제작에 많은 도움을 준 프로그램이다.

그밖의 외국 프로그램으로는 [HelCom BBS]와 [Pits BBS] [xbbs] 등이 있었다. Helcom은 많이 사용되지 않았고, Pits는 정보시대에서 운영하던 마소BBS에서 사용했지만 사용료를 몇 십만원 내야 했기 때문에 역시 많이 사용하지 못했다. 그래서 xbbs는 사용하는 경우가 몇 있고, 그외는 각자 개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

다중선로용 호스트프로그램은 요즘도 쉽게 구할 수 없는데, 국내에서 사용하는 것들은 대부분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공개용을 구하고자 한다면 외국에서 나온 것을 받아서 사용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호롱불이 상용화되면서 다중선로를 지원한다고 하니 기대해볼만한 일이다.

낱말설명: 노드(node)
컴퓨터 네트워크에서 단말기, 통신용 컴퓨터 등을 일컫는 말.

5.1.5. 지금 운영중인 대형게시판들

사설게시판이야 수없이 생겨났다 사라졌지만 대형게시판들도 그동안 많은 변화를 겪으면서 살아남은 것도 있고, 소멸된 것도 있다.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운영하던 케텔은 코텔을 거쳐서 지금은 한국피씨통신에서 운영하는 하이텔로 변신을 거듭했고, PC-Serve는 다른 정보와 함께 천리안으로 통합되었다. 포스데이타에서 시작한 포스서브는 에이텔이라는 회사로 독립해나가서 새롭게 서비스를 정비하고 있다. 그외 한양피시서브나 한국전력의 키스, 코리아네트에서 운영하던 인포서브등과 같이 큰 덩치를 자랑하던 대형통신망들이 많았지만 지금은 축소되거나 사라진채 나우콤, 천리안, 포스서브, 하이텔의 4대 통신망이 경쟁하는 시기로 바뀌었다. 이점은 미국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대형통신망들이 생겼다가 사라지거나 통폐합을 겪어야 했다. 앞으로 또 어떤 통신망이 국내서 사라지고 새로 태어날지 모르겠다. 다만 통신망이 변화하면서 통신환경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것만큼은 사실인 듯싶다.